내가 만든 것/생각, 글

신촌 아이스크림가게의 한 꼬마아이.

DamienRice 2008. 8. 7. 01:08

신촌에서 저녁을 먹고 민토근처에 있는 아이스크림가게에 깄다. 그곳에서는 와플, 아이스크림, 커피, 아이스티등 각종 먹거리를 팔았는데, 우리 일행을 상대한 종업원하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꼬마 여자아이였다. 그냥 아무생각없이 주문을 하는데, 어라? 주문을 받는데서부터 총 금액이 얼마고, 얼마 받았으니 얼마 거슬러 주겠다.. 따위의 말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

놀.라.지.않.을.수.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방학동안에 부모님이나, 친지의 일을 도우는 것 처럼 보였는데, 정말이지 너무나도 똑 부러지도 야물차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부모가 시켜서 그런 것인지 아이가 자의로 그 일을 하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어려서 큰 경험이 될 것이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도 어려서 오늘 본 것과 같은 간접 경제활동을 경험했었으면, 지금과는 또 다른 모습의 나가 되어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 꼬마 아이에 대해 부러움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에 버금가는, 아니 오히려 더 멋진 경험을 어렸을 때 했다.

  • 장마가 지고 비가 많이 오면 동네 개천에 물고기들이 올라오는데, 잡지도 못하는 고기 잡겠다고 개울을 휘저었고
  • 봄이면 하우스 옆의 조그만 개울에서 올챙이와 개구리를 잡았고
  • 여름엔 산으로 올라가 계곡돌멩이를 뒤집으며 가재를 잡았고
  •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평균수명 1주일의 병아리를 커다란 닭으로까지 키워봤고 (산에서 잡아온 가재가 닭의 먹이가 되기도 했다-_-)
  • 가을엔 잠자리떼를 대문만 나서면 볼 수 있었고
  • 냄새가 나긴 했지만 돼지사육까지 해서 싱싱하고 맛있는 고기도 먹었고
  • 누렁이1, 누렁이2, 바둑이1, 바둑이2, 백구, 하늘이, 왕발, 빙고, 단비, 토토, 금뎅이, 철수 등등 수많은 개들과
  • 나비1, 나비2, 점백이1, 점백이2, 등등 수많은 고양이들을 키웠다.

쓰고보니, 요즘 도시의 아이들은 전혀 경험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들이다. 21세기 모두를 '공부기계'로 만드는 사회에서 오늘 보았던 꼬마 아가씨의 아르바이트나, 내가 경험했던 (완전히 시골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자연과의 교감 따위의 것들을 더 중요시하는 그런 사회 분위기. 과연 느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