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것/생각, 글
이야기 091722
DamienRice
2009. 7. 22. 23:06
꿈
꿈을 꾸었다. 이전에 근무했던 직장에 다니는 꿈이었는데, 곧 그만둘 시기였다. 나에게 주어진 일이 하나 있었는데, '에이 이제 그만둘 몸인데 그냥 하지 말자' 하고 그 일얼 하지 않았더니, 팀장이 나한테 비꼬는 투로 이렇게 말했다.
"야... 너는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냐?"
자뻑이 아니고, 나는 일을 잘하는 편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저런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좀 나빴다. 그것도 꿈속의 내가 아니라 3인칭 시점에서 그 꿈을 바라보고 있는 '진짜' 나의 기분이 나빴다.
모 회사 팀장들... 한명을 빼고는 모두 노총각들이다. 일이 좋아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에 치이다 보니 그냥 그 상태가 계속 지속되어 나이만 계속 먹고 있는... (주말에도 자주 일한다) 2년간 옆에서 본 바로 그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별로 자긍심을 느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금전적 보수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니다. 나이 어린 직원들은 '어떻게든 최소 경력만이라도 채우고 나가자' 라고 생각하고 다른 준비를 많이 하는데, 그들은 그냥 계속 그 상태로 머물러 있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의 경력 대비 스킬이 매우 부족한 듯 싶다. 몇 가지 경우를 들자면,
- 팀장님, 책 사실꺼 있으면 고르시고 ISBN 좀 알려주세요.
-> 응? ISBN 이 뭐지? (이건 이럴수도 있다고 치자) - 함수내에 선언된 지역변수를 리턴하는 함수를 발견하고 이거 이상하다 잘 안된다라고 묻자,
-> 안된다고? 잘 되는건데?
- .lib 파일 (정적 라이브러리 파일)은 실행파일과 같이 두지 않아도 되지 않냐고 묻자,
-> 같이 둬야 되는걸로 알고있는데? - VS 로 디버그 모드로 실행하다가 강제 종료했을 때 발생하는 memory leak 을 보고 어디서 나는거냐고 묻자,
-> 어, 그거 원래 디버그 모드로 실행시키면 memory leak 나더라고.
정도라고나 할까.
7~8년의 경력을 가지고 어떤 회사에서 기술면접을 봤는데, 저런게 뽀록이 나면 백이면 백 낙방이다. 어쩌면 이 사실을 알기때문에 계속 현실에 안주하는 것일수도.
이미 관계없는 회사인데도 가끔 머릿속에 떠오른다거나 심지어 꿈속에까지 나오는 이유는,, 어쩌면 '저놈의 회사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하는 심술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하철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직장생활 시작하고 정말 처음이다. 출근하는 버스에서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지하철역이랑 가까운 정류장에서 내려 일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기로 했다.
사당역. 제일 끝 칸으로 가면 사람 별로 없겠지? 했는데 이게 왠일. 그 끝칸에도 차를 한번 정도 보내고 타는 사람들이 많더라. 몸으로 밀고 들어가 어쨌든 탔는데, 환승통로 바로 앞에 있는 칸이었다면 완전 미어 터졌을 것이다.
출·퇴근 거리가 워낙 길어서 지하철로 조금 빠르게 와서 쉬는게 낫지 않나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오늘 이후로 그런 생각은 다시 할 것 같지 않다.
한 시간 거리를 그렇게 힘들게 가는 것이나.. 두시간 조금 안되는 거리를 편하게 자면서 가는 것이나... 별로 차이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왜 항상 나는 남들보다 피곤한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