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것/생각, 글
어이없는..
DamienRice
2009. 8. 19. 10:17
예전 회사에 있을때, 회사는 직원들에게게 연말이 되면 '연차사용촉진 명령서' 라는걸 나누어 주었다. 사실, 문서명칭은 '연차사용촉진' 이지만 실질적으로 저 문서가 의미하는 바는 '연차사용 할테면 해봐', '연차 쓴다고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에 더 가깝다.
형식적인 문서의 내용과 실질적인 회사의 메시지가 다른 이유는 회사가 법의 처벌을 피하기 위함이다. 근로기준법에는 법정 연차휴일이 지정되어 있고 근로자는 1년동안 연차일수에 해당하는 날짜만큼 쉴 수 있다. 만약 연차일수를 못채우면 사용자로부터 채우지 못한 날짜만큼에 해당하는 연차수당을 받게 되어 있다. 회사는 연차수당을 직원들이 연차를 다 못쓰게 하면서도 수당을 지불하지 않게 하기 위해 위와 같은 명령서를 직원들에게 나누어준 것이다.
위의 스캔 문서는 단지 명령서일 뿐이지만, 위의 문서 말고도 실제 확인서 비슷한 것이 있는데, 사측은 이곳에 근로자가 서명을 하도록 한 후에 해당 문서를 걷어갔다. 즉, 내부신고나 노동부 감사등이 있을 때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둔 것이지.
치밀하고도 치사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해주지 않으면서도 '나라를 위해 어쩌네 저쩌네, 나는 직원들을 사랑하네..'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낼 수 있는 것인지... 분명 지금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텐데. 지금 막 저 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사람들도 나처럼 그 말을 순진하게 믿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