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해가 바뀔때 즈음에 망년회 또는 송년회를 하는데, 해를 보내거나 잊는 자리 대신에 뒤돌아 보는 '
기년회'라는 것을 하기도 한다. 그러한 자리에는 참석한 경험이 없지만 2009년 한해동안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뒤돌아보는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1월 ~ 2월
국토해양부에서 발주하는 대규모 사업이 있었다. 시범 사업을 거쳐 본 사업까지 통틀어보자면 수백억대의 초대형 프로젝트인데, 그 프로젝트에 포함되는 핵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여 판매하는 것을 당시 근무하던 회사에서는 노리고 있었다. 그때 중요한 프로그램 개발을 내가 맡게 되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혼자 해결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일단 테스트도 제대로 안했고 (테스트할 만한 환경도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고) '되는 듯 싶다' 라고만 말해도 '되는구나' 라고 이해하는 윗선의 태도때문에 겁나는 부분도 있었으니까.
구정 연휴를 보내는데 회사에서 연락이 와서는 긴급하게 근무를 해야 하겠다고 불려 나가서 일을 한 적도 있었고 (당시 협력사 직원들은 아예 연휴를 반납했다고...) '불안한' 소프트웨어로 협력사의 확신을 얻게 해야했기 때문에 제품시연시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지금 하는 일이 어떻게 진행되든간에 난 내게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자고 했고 이미 이전년도부터 직장을 옮기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
3월
지금껏 다니던 회사에서 2년을 채웠다. 2년간 이래저래 회사일에 엮이다보니 인수인계시에 남겨할 자료도 꽤 많은 상태였다. 하지만 전직을 결심한 시점부터 나는 열심히 인수인계를 위한 문서를 만들고 있었고 3월에는 이미 문서는 다 만들어둔 상태였다(워드로 100페이지 정도였나..? 퇴근후 하루에 10분씩 작성한 문서가 어느새 100페이지가 되었다. 짧은 시간도 모으면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기도 했다).
여기저기 회사를 알아보다가 처음으로 면접을 보게 된 회사. 서류심사는 통과했는데 기술면접에서 애를 먹었다. 이유는 '그동안 하던대로(=대충)' 문제에 대한 답을 했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를 소홀히 한 점도 있었고, 다니던 회사 업무가 '고난이도를 요구하지 않는' 이유도 있었다. 결과는 낙방..
면접도 웃긴게, 회사에다가는 아프다고 뻥치고 오전 반차를 내고 봤다. (그동안 지각한번 없이 성실이 출근했기에 이런 뻥도 통할 수 있었다). 오후에 회사에 와서 실망을 하고 있던 도중... 이전에 서류를 넣었던 다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면접보자'고.. 그리고 그 회사에 지금 다니고 있다.
이 회사 면접도 조금 다이내믹하게 보았는데, 아프다는 뻥을 대기에는 조금 그래서 병원에 간다고 하고 택시를 타고 회사에 면접을 보러 왔다. 다행히(?) IT 업체임에도 근무복장이 정장이라 회사출근복장 그대로 면접을 볼 수 있었다. 기술면접은 이전 면접보다는 쉬운 점이 있어서 잘 넘어간 적이 있었지만 임원 면접에서 죽을 쑤었다. 다행히 회사 내에 '아는분' 들이 잘 이야기를 해 주어서 들어올 수 있었다. 술을 사겠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이러고 있다. ㅎㅎ
4월
드디어 전직.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나름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 이유는 내 태도가 많이 소극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 이건 첫 회사의 역할이 조금 컸다. 꿀리지 않고 꿋꿋하게 내 태도를 유지할 수도 있었을까 생각을 하겠지만 환경이란게 무섭더라. 모든걸 긍정적이고 밝게 보던 태도도 '안된다', '왜이러냐', '책임질래?' 의 분위기 속에서 살다보니 소극적이고 비판적으로 변해버렸다.
첫 출근후 직원들에게 인사할 때에도 많이 웃지도 못하고.. 지금 생각해도 후회되는 부분이다. 그래도 학교 형들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5월~6월
일이 슬슬 주어지기 시작했다. 사실 새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잘 고안된 업무 프로세스와 세련된 설계의 소프트웨어. 그리고 새롭게(이전에는 알았지만 잊고 살아서 오히려 더 새로웠던) 기술들. 나는 내가 그동안 C++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아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하고 생각. 그러나 잘 적응하고 이겨낸 것 같다. 그 도중에 배운것도 많고.
6월 6일 카메라 동호회 첫 모임에 나갔다. 헤이리 출사. 머뭇대는 성격이 아직 남아있어서 계속 나올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주중에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서 계속 나오다보니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었고 지금까지 나가고 있다. 현재는 '아는 사람'은 많지만 '친한 사람'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7월~11월
내가 하는 일이 어떻게 회사의 매출과 연관되는 그 동안 잘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 부분도 살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 이상은 보이기 힘들겠지만, 별것 아닌 것 같은 내일도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됨
12월
회사의 인사평가가 있었고 크리스마스가 있었다. 한 해를 돌아보니 올해는 내가 책을 잘 못 읽었다는 것과 다른 사람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