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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9 집에 절 다니시는 분은 계시구요?

"집에 절 다니시는 분은 계시구요?"

라고 묻기위해, (아니다. 이 질문도 또 다른 질문 or 목적을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었겠지) 그녀는 내게 길을 물었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뱅뱅 사거리 어떻게 가냐고..-_-  뱅뱅사거리에 있는 뱅뱅 매장에 옷사러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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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에게 '도'를 묻지 않고 정말 길을 물었다



사람 홀리려면 일단 외모에서부터 호감이 풍기게 하는것이 당연지사, 역시나 그녀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외모를 갖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쭉 가면 되삼. 근데 왠만하면 버스타는게 나을꺼삼'

그녀는 내가 알려준 길을 또 묻고 또 물었다. 도 닦는 사람 흉내내는것도 아니고 멍텅구리도 아니고 뭥미? 그러다가 내 카메라를 보더니 사진찍냐고 사진작가시냐고 물었다. 청바지에 운동화, 점퍼쪼가리 입고 카메라 덜렁덜렁 흔들며 길걷는 사진작가를 평소에 많이 봤나보다. 그러다가 뱅뱅사거리 가는길 알려줬다고 나보고 총명하고 똑똑하다고 했다. 그냥 쭉- 가면 된다고만 했는데..

 그러다가 화제를 내 직업으로 돌렸다. 이때부터 낌새를 조금 챘다. '아 왔구나'.  멘트 하나 날려줬다. 그런거 알아서 뭐하냐고 했더니 그래도 계속 물어본다. 추적추적 비는 내리고 우산은 없는데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같은.. 결국 본색을 드러냈다.

'집에 절다니시는 분은계시구요?'

말이 떨어지가 무섭게 '나 바쁘삼. 집에 가삼' 하고 냉큼 버스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칼타이밍! 10분 배차간격의 버스를 바로 맞추어 타고 집으로 왔다. 우산도 없이...


설문조사를 도와달라거나 길을 물어보면서 먹잇감의 주의를 흐트려놓고 야금야금 다가가는 이런 패턴은 '도대아' 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엔 어떤 아리따운 목소리의 아가씨가 전화를 걸어서는 무슨 발표하는거 연습하는데 들어주기만 해달라면서 한시간동안 혀를 풀더니 결국에는 영어회화 교재를 제발좀 사달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전화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기로 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어영부영 미안해하며 안산다고 했는데 결국 이 사건이 이런 패턴의 수법에는 다시는 안걸리게 된 계기가 된.. 결국 수십만원짜리 영어회화 교재보다 더 값비싼 교훈이 되었다.


어쨌든, 피싱이네 머네 각종 사기수법들은 진화해가는데, 이런자들의 수법은 제자리걸음인걸 다행으로 생각해야하나 불행으로 생각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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