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씹자'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2.03 3개월에 책한권씩 공부할래요?

얼마전에 한 상사으로부터 이런 제의를 받았다. 개인별로 3개월에 한번씩 책을 한권 읽고 의무적으로 세미나를 하는게 어떻겠냐고.

의무란건 이곳에서는 워낙 일상적인 것이라 별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그리고 무언가를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고 해서 잘되는 꼴을 그리 많이 본 것 같지도 않다) 그가 '공부하자'고 하는 소리를 들으니 코웃음이 나왔다. 그 자신이 지금 모 대학의 (파트타임)박사과정에 몸을 담고 있지만 평소에도 그가 공부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업중에 나온 과제를 아래 직원에게 맡기는 사람을 보고 '저 사람 공부하는구나'라고 말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짧은 생각으로 이러한 의견을 낸 배경을 생각해보자면 나도 어느정도는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직접 내 귀로 들은 바는 아니지만 무수히 퍼지는 사내 염문설의 주인공이었고 그 상대에게 소문대로의 감정(비록 단방향이었지만)을 가졌지만 바라던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한동안 말과 웃음이 줄어들었고 워크숍에서 이 이야기를 내 입으로 털어놓기도 했다(진실게임이란게 소수에 대한 다수의 폭력이란 것도 이때 깨달았다). 여기에 더해, 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사무실의 분위기가 조용했었고, 특별히 바쁜일이 없어서 매일같이 7시쯤 퇴근을 하니 그에게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공부얘기를 꺼내기 며칠전에 그가 나를 불러 '직장동료에게는 가져선 안될 감정' 이나 '요새 사무실 직원들에게서 열의를 찾아볼 수 없다'는 등의 설교를 한바탕 들었는데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지만, 그 외의 '인생선배'로써 내게 충고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싶다. 전과 같이 내가 일하는 데에 있어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데, 7시에 일찍(!) 퇴근을 하는 것이 일에 대한 열의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오히려 10시 11에 퇴근하던 작년 9, 10월보다 난 요새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성장하고 있는데 말이지.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