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투덜'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3.02 Difference

Difference

Posted by DamienRice 내가 만든 것/생각, 글 : 2008. 3. 2. 23:39

요즘 '많은 차이'를 느끼고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조국'과 '예의'이다.


조국을 사랑하라

 두 명에서 열명 사이의 인원 앞에서 무언가를 얘기할 때 사장님은 항상 이 이야기를 꺼낸다(가끔은 충성이라는 단어도 언급된다). 물론 외국자본의 제품이 70퍼센트가 넘게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힘으로 만든 제품을 들고, '한판 붙어서 눌러보려고' 꺼낸 이야기라면 어느정도 (완전히가 아니다) 수긍할 수 있지만 단순하게 제품과 제품의 대결의 차원이 아닌, 조국이 부르면 목숨을 내놓아라라는 정도의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강하게 투영된 이야기이다.

 좋다. 인간이 머리속에 어떠한 생각을 품고 살던간에, 생각을 생각으로만 간직하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세뇌시키듯 이야기하는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전쟁기념관을 운영하고, 이달의 호국인물을 붙여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게 하는 것이나, 항상 조국을 생각하라는 '훈화'와는 무언 차이가 있을까?

 사장님과 동등한 입장이라면 한마디 하고 싶지만 '사용되어지는' 일개 사원이기에 아무말도 못하고 글로만 그적이는 내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으면, 반대쪽 귀를 열어 방금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배수시킨다. 다른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나와 같이 흘려버리고 잠자코 있는지, 적극적으로 반박하는지, 옳소! 하며 목숨을 걸려고 할지.

 직장내에서는 개인의 이념이나 정치적 성향을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갑자기 '게걸음으로 가다'라는 소설이 생각나는구나)



정장을 차려입어야 예의인가?

 주위에서 중소 IT기업에 다니면서 정장을 차려입는 회사는 이곳이 유일한 것 같다. 정장을 입는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보이기 위함이라고 한다. 난 요즈음 도덕경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가 예의를 차리는 이유는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덕경에 직접적으로 언급된 구절은 (읽은 부분까지는) 아니지만 얼추 일맥상통하는 말인 것 같다. 이와 더불어 반문하고 싶다.

'정장을 차려입지 않은 사람을 보면, 그사람이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가?'

라고.

 지난주에 워크샵이 있었다. 강사중에 전혀 기대도 안했지만 나를 대부분의 참가자를 만족시킨 분이 있었는데, 최윤희 선생님이다. (네이버에서 치면 사진과 함께 약력이 나온다) 첫 등장부터가 깼는데, 나이를 어느정도 드셨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민국의 사회적 통념에는 맞지 않게 초록색으로 염색한 단발머리에 건빵바지 스타일의 면바지(오른쪽 무릎부분에 동그란 뱃지 세개는 포인트였나..? -_-a).

사용자 삽입 이미지

최윤희 선생님. 긍정적 마음가지 하나로 인생을 바꾸셨다.



 첫인상도 강력하고 강의도 임팩트가 컸다. 이미 내가 중요하게 강조한 '긍정적 자세'를 주요주제로 하였지만 그 유머감각과 언변 곳곳에서 느껴지는 무대뽀(?) 정신. 좌중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최윤희 선생님을 보고, '아 저사람 나이에 안맞게 칠칠맞는 모습을 하고 다니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조금 답답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강의 초기에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강의가 끝날 때 이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아! 전혀 엉뚱하게도 읽은지 10년도 넘은 '허생전'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최윤희 선생님의 강의가 끝나고 난 후에, 다른 강의의 끝무렵에 사장님이 복장과 관련된 질문을 강사에게 던졌다. 강사는 사장님과 의관에 대한 생각이 얼추 비슷했는데,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자기가 프랑스 유학시절, 평소 꾀죄죄한 차림의 교수가 지도학생의 논문심사장에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타나더라, 자기도 자기 아래의 직원들은 3개월동안 정장을 입게한다는 대답을 하였다. 직원들의 복장을 규제하는 대해서는 별로 할말이 없지만 프랑스 교수와 관련된 이야기에는 반문하고 싶은게 있는데, 평소 교수의 그런 복장을 보고 그 교수가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 궁금하다.

 만약 그 교수가 학교의 제재로 인해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복장을 입지 못했다면, 그 교수는 연구효율이 엄청나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회사에 청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고 온다고 그 사람이 가볍거나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없을것이다(복장규제가 당연하는 사람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지 않을까). 오히려 정장을 입었을 때의 딱딱한 분위기를 벗어나 더 유기적인 조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한다(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곳이 경직되었다고 느끼는 이유의 가장 큰 이유가 정장문화라고 믿는다). 물론 정장을 착용했을 때의 장점도 있겠지만 양쪽의 장단을 비교했을 때, 차이는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