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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같이 모여 다짐해봤자 모하냐.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데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무언가를 다짐하곤 한다. 그러나 새해가 되었을 때 지난 해에 다짐했던 일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돌아보는 사람은 몇이나 되는가 궁금하다. 물론 나도 내가 콧방귀를 뀌는 그 족속에 속한다.

개인이 이러한데, 개인이 모인 집단은 어떠할까?

학교에서는 엠티에 간다. 엠티는 올 한해에 대한 다짐의 측면보다는 5년, 10년후에 떠올리고 웃을 수 있는 기억을 만드는 측면이 강하다.

회사는?

곧 있으면 두 번째 워크숍에 간다. 작년 이 즈음에 갔던 사회생활 첫 회사의 첫 워크숍. 2박 3일간의 일정이었는데, 모든 프로그램을 정말 열심히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 왜냐? 입사한지 일 주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에 참가했으니까.-_-;;

일년이 지난 지금. 과연 난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답은 "아무것도." 이다.

나 뿐만 아니라, 작년에 참가했고, 올해에도 참가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만 놓고 본다면 '남들이 가니까 우리도 워크샵 가자' 는 것 같다. '오늘 여기 있던 사람들이 내년에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라고 물었을 때, 소위 '높은자리'에 계신 분들이 어떻게 대답을 하실지 자못 궁금하다. (그런데 이 회사가 세든 건물은 12층짜리이다. 참 높기도 하군!)

'소원수리의 장'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직급별 토의는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허허 웃음이 나오는 하나의 소설로 가공되고, 그걸 보신분들은 '이렇게 생각한다니 놀랐습니다' 라는 뻔하디 뻔한 멘트를 날릴 것이 분명하다. 말 그대로 연례행사에 불과한 워크숍을 새벽같이 일어나 두 시간거리에 직접 행사장소까지 발품을 팔아 가야한다니, 벌써부터 다리가 후덜거리네.

아 맞다. '그분들을 위한 워크샵'은 어디로 갔었더라..?

일년에 이런 워크샵을 열번 가는 것보다 정말로 상하간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함께 찾아보고, 함께 진행하고, 같이 이야기해보는 게 백번 천번 좋을 것이라는건 모두가 알고 있는데. 뭐.. 이런 얘기를 해봤자 '소원수리'로 밖에 취급을 안 당하겠지? 권위주위와 내셔널리즘이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는 이곳에서는.